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국민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율이 점진적으로 올라갈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을 내고 있는 분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국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공유합니다.
국민연금 개편이 필요성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이 아래 3가지였습니다.
①.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
②. 40%인 소득대체율을 얼마로 조정할 것인가?
③.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얼마나 더 뒤로 미룰 것인가?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 정부는 이 3가지 문제에 대하여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복지부는 "보험률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발표했는데요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도 같은 답을 내놨습니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대해서는 "고령자의 고용 요건이 성숙한 이후 논의 하겠다" 며 뒤로 미루었습니다. 지금껏 여러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성급히 건드렸다가 여론이 악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눈여겨보아야 할 변화가 몇 가지 있습니다.
1. 연령대에 따라 보험료율을 차등 인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료율을 9%에서 14%로 올린다고 치면, 40~50대는 5년 내에 올리고 20~30대는 향후 15년에 걸쳐 차츰 올리는 등 나이에 따라서 보험료 인상 시기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젊은 층일수록 불리한 것은 아니냐는 불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험료율을 올리면 20대는 수십 년간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50대는 조금만 더 내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을 적용한 나라가 아직 한 군데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당장 중장년층이 왜 우리만 더 내느냐고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차등 적용하는 나이대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2. 국민연금을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도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 (확정기여형)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 DB형은 회사가 내 퇴직금을 정해서 퇴사할 때에 지급하는 방식이고
● DC형은 매년 회사가 개인에게 퇴직금 적립금을 넣어주면 개인이 굴리는 방식입니다.
지금의 국민연금은 DB형에 가깝습니다. 내 월급의 9%를 떼어가서 정부가 나중에 확정된 금액의 연금을 지급하니까요.
커다란 국민연금 주머니에 이 사람 저 사람이 낸 보험료를 다 넣어두었다가, 필요한 연금을 그 주머니에서 빼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이 마치 세금 떼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도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연금도 DC형으로 바꿔보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만약 DC형 연금으로 바뀌면 가장 달라지는 것은 개인마다 국민연금 계좌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내 연금 계좌에 지금까지 넣은 돈과 이자가 얼마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가 오르더라도 저항감이 덜해지지 않겠냐 하는 아이디어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바뀌면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라는 것은, 개인마다 소득의 정확한 40%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입자 전체 평균 소득과 내 소득을 합산한 금액에서 평균을 낸 뒤, 거기서 40% 이렇게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내 생애 평균 소득이 월 500만 원인데, 전체 가입자 평균이 3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럼 나는 나중에 500만 원의 40%가 아니라, 500만 원과 300만 원의 평균인 400만 원에서 40%를 연금으로 받는 구조입니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사람은 좀 더 적은 연금을 받고, 반대로 연봉이 좀 적은 사람들이 더 많은 연금을 타도록 해 소득 재분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DC형으로 바뀐다면 내가 낸 돈이 내 통장에 쌓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소득 재분배는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3. 자동으로 연금액을 삭감하는 장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지금은 정해진 계산식에 따라 내가 부은 돈과 기간에 따라 받게 되는 연금액도 확정된 있습니다. 그런데 연금 운용 상황이 나빠지면, 자동으로 지급하는 연금이 깎이도록 운영하는 것을 '자동안정화 장치'라고 합니다. 예컨대 사람들의 수명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개인에 지급하는 연금을 좀 줄이는 방식으로 연금 운용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 자동안정화 장치는 OECD 국가의 70%가 이미 적용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이 장치를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도입하는 방안도 앞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국민이 수긍하고 협력하는 방안이 통과되어서 국민연금 수급이 잘 이루어져서 모두가 행복한 노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